유체역학은 수많은 미해결 난제를 포함한, 물리학의 최전선의 한 분야를 차지하는 어려운 분야이다. 유체역학의 F=ma라 불리는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의 해를 구하는 것이 밀레니엄 난제 중 하나인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일반물리 수준의 유체역학은 몇가지 공식만이 전부이며, 오히려 앞선 챕터의 내용보다도 쉽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유체역학의 기초에 대해 배운다.
1. 유체 역학
가. 밀도와 압력
유체는 강체와 달리 넓은 공간에 퍼져 있고, 유체 내부에서도 물리적 특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질량과 힘 보다는 밀도와 압력이라는 새로운 물리량을 사용한다. 유체의 밀도(density)는 단위 부피당 질량으로 정의된다.
압력(pressure)는 그 지점에 가해지는 단위 면적당 힘의 크기로 정의된다.
힘은 벡터량이지만 압력은 놀랍게도 스칼라량이다. 즉, 유체의 한 지점에서 일정한 단면적에 가해지는 힘은 방향과 무관하다. 이는 문제풀이 시 꽤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유체의 한 지점에서 압력이 p라면 그 아래 유체요소에 가하는 압력도 p이고, 그 옆의 고무마개에 가하는 압력도 p이다.
여담) 실생활에서 밀도와 질량을 혼동하여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쇠공은 깃털보다 무거워서 더 빨리 떨어진다' 등등. 실제로는 깃털이 충분히 크면 쇠공보다 더 질량이 커질 수 있으며, 쇠공이 더 빨리 떨어지는 이유는 밀도가 깃털보다 커서 종단속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무거워서가 아니라 밀도가 높아서라고 해야 맞다.
나. 정역학 평형
컵 안에 담긴 물은 분명 중력장 안에 놓여 있지만 정지해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의 압력과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정역학 평형상태에 도달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이용하면 정지한 유체의 위치에 따른 압력을 계산할 수 있다.
Halliday 10th edition, Figure 14-2
위 그림에서 직사각형으로 표현된 유체의 평형을 생각해보자. 압력은 x좌표와 무관하고 깊이에만 의존함이 자명하므로 깊이 y 지점의 수압을 p(y)라고 쓰자. 유체의 밀도를 ρ라고 쓰면 다음이 성립한다.
깊이가 0일 때, 즉 수면의 압력은 대기압과 같을 것이므로 깊이 h에서의 압력을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는 유체 전체에 걸쳐 밀도가 일정함을 가정하였다. 실제로 일반물리 유체에서 다루는 유체는 모두 이상유체이므로 위치에 따라 밀도가 달라지지 않는다. 밀도가 위치에 따라 변한다면 정역학 평형 식을 미소한 두께를 가지는 유체 덩어리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여담) 어떤 위치에서의 압력의 실제 측정값을 절대압력, 절대압력에서 대기압을 뺀 값을 계기압력이라고 부른다.
다. 파스칼의 원리
파스칼의 원리(Pascal's principle)는 아래와 같다.
갇혀 있는 비압축성 유체에 가해진 압력은 유체의 모든 부분에 똑같이 전달된다.
위의 진술은 '갇혀 있는 유체의 압력은 모든 부분에서 같다' 와 다르다. 이는 앞 절에서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압력을 구했던 것처럼,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 파스칼의 원리는 유체의 한 부분에 '가해진 압력' 이 사라지지 않고 유체 모든 부분에 똑같이 전달된다는 뜻이다.
파스칼의 원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예시는 유압 지렛대이다. 아래 그림처럼 한쪽은 단면적이 작고 한쪽은 단면적이 큰 피스톤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Halliday 10th edition, Figure 14-8
파스칼의 원리에 의해 가해진 압력은 양쪽 피스톤에서 동일해야 한다.
위 식은 단면적의 비를 적절히 조절함으로서 출력되는 힘의 크기를 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유압 지렛대는 그림처럼 출력부가 입력부보다 단면적이 큰 형태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래야 적은 힘을 주고도 큰 힘을 출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스톤의 기하학적 구조만 바꾸면 원하는 만큼 큰 힘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미심쩍을 수 있다. 이 의문은 피스톤의 이동거리의 비율을 구해보면 해결된다.
피스톤에 담긴 유체의 부피는 일정함을 이용하였다. 따라서 다음이 성립한다.
두 피스톤이 한 일의 크기는 같다. 즉 유압 지렛대는 적은 힘을 들이는 대신 이동거리를 크게 하여, 큰 힘을 낼 수 있다. (같은 원리로 작동하는 장치로서 지레, 축바퀴, 빗면 등이 있다)
라.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아르키메데스 원리(Archimedes principle)는 소위 '유레카' 이야기로 유명한 부력에 관한 원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욕조에 사람이 들어가면 그 부피만큼 물을 밀어낸다 정도로 알고 있지만, 사실 아르키메데스 원리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어떤 물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유체에 잠기면,
잠긴 물체가 밀어낸 유체의 무게와 같은 크기의 부력을 위쪽으로 받는다.
아르키메데스 원리는 부력의 크기를 알려주는 원리다. 이에 따르면, 유체에 잠긴 물체가 받는 부력의 크기는 오직 잠긴 부피가 얼마냐에만 의존하고, 무엇이 잠겼는지, 어떤 모양으로 잠겼는지는 상관이 없다.
우선 직육면체에 대해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성립함을 보이자. 직육면체의 아래 면이 깊이 y2, 위 면이 깊이 y1에 있다고 하면 위면과 아래면이 받는 힘은 다음과 같다. (+는 위 방향)
유체가 물체에 가하는 부력의 크기를 아래처럼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직육면체 물체에 대해서는 아르키 메데스 원리가 성립한다. 모든 물체는 미소한 직육면체들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모든 물체에 대해서도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성립한다.
Ex) 물이 담긴 컵 위에 얼음이 떠 있다. 얼음이 모두 녹은 후 수면은 하강하는가, 상승하는가?
수면은 얼음이 녹아도 바뀌지 않는다.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당연한데, 얼음이 물에 잠긴 만큼의 물의 무게가 얼음의 무게와 같다. 따라서 얼음이 모두 녹아 물이 되면 원래 잠겨 있던 부분을 그대로 물로 채운다. 따라서 수면의 높이는 바뀌지 않는다.
2. 유체 동력학
가. 이상 유체
일반물리에서 다루는 유체는 실제 유체보다 매우 간단하고 다루기 쉬운 특징을 가진 이상유체(ideal fluid)이다. 이상유체는 다음과 같은 4가지 중요한 특징을 가진다.
① 정상흐름(Steady flow) : 유체 속 한 지점에서의 속도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는다.
② 비압축성 흐름(Incompressible flow) : 압축되지 않아 위치에 따라 밀도가 일정하다.
③ 비점성 흐름(Nonviscous flow) : 점성, 즉 마찰이 없으므로 에너지 손실이 없다.
④ 비회전 흐름(Irrotational flow) : 유체 흐름에는 소용돌이가 없어 수학적으로 여러 계산을 간단하게 한다.
나. 연속방정식
연속방정식(continuity equation)은 유체 동역학, 즉 움직이는 유체에 관한 문제를 풀 때 가장 중요한 정리 중 하나로서 질량 보존의 법칙과 대응된다.
Halliday 10th edition, Figure 14-15
위 그림처럼 단면적이 달라지는 병을 따라 흘러가는 유체를 생각해보자. 일정한 시간간격동안 병의 특정 부분으로 들어오는 유체의 양과 나가는 유체의 양은 같아야 한다. 이를 식으로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
정리하면 연속방정식을 얻을 수 있다.
이 상수를 부피흐름률(volume flow rate)라고 부른다.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질량흐름률(mass flow rate)를 정의할 수 있다. 비압축성 유체에서는 두 양이 상수 배 차이이지만, 비압축성 유체에서는 연속방정식을 세울 때 질량흐름률이 일정함을 이용해야 한다. 즉 일반적으로 보존되는 것은 질량이지 부피가 아니다.
다. 베르누이 법칙
베르누이 법칙(Bernouli's principle) 역시 유체 동역학에서 가장 중요한 방정식 중 하나이다. (사실상 일반물리 유체문제는 연속방정식, 베르누이 방정식 2개만 가지고 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르누이 방정식은 에너지 보존법칙을 유체역학에서 표현한 것으로 아래에 유도과정을 소개하였다.
Halliday 10th edition, Figure 14-19
위 그림과 같이 유체가 흘러가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상황을 유체의 전체적인 이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a)의 진한 파란색 유체 요소가 (b)의 초록색 유체 요소로 바뀐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면 계의 운동에너지 변화와 위치에너지 변화를 아래와 같이 구할 수 있다.
여기서 ΔV를 이동한 유체의 부피로 잡았다. 이제 유체 덩어리 전체가 받은 일을 계산하자. 유체 덩어리가 받는 비보존력은 유체 덩어리 양 끝에서 받는 압력뿐이다. 이 압력이 가하는 일을 아래와 같이 계산할 수 있다.
이제 에너지 보존법칙을 적용하자.
따라서 베르누이 법칙은 다음과 같다.
주의) 베르누이 법칙은 항상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칙 안에 속력이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는 만큼 쓸 수 있는 좌표계가 제한되어 있다. 베르누이 법칙은 유선이 정지한 좌표계에 대해서만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물이 흐르는 관 자체가 움직이는 좌표계에서는 유체의 유선이 시간에 따라 움직이므로 베르누이 법칙을 적용하면 잘못된 결과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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