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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대신 나무로…100미터 ‘초고층 목조빌딩’ 짓는다'
튼튼하고 불에도 강한 목재 합성기술 개발 수십층짜리 목조건축물 신축 계획 잇따라 탄소중립·친환경 타고 건축자재로 재주목/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목재를 주요 건축자재로 쓴 높이 73미터의 21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완공됐다. 건축설계업체인 아룹은 이 건물에 2000㎥의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기존 콘크리트 건물보다 탄소배출량을 절반 줄였다고 밝혔다. 암스테르담의 기업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25년부터 건물 5개 중 1개는 목재를 주요 자재로 사용하기로 시 당국과 약속했다.△ 사진:>최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들어선 높이 73미터의 목조빌딩. 아룹 제공

○··· 현대인의 주된 생활, 업무 공간인 도시의 건축물은 주요한 온실가스 배출원이기도 하다.시멘트와 철강 산업은 각각 인간 활동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8%를 차지한다. 철강 1톤당 1.85톤, 시멘트 1톤당 600kg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최근 들어 3D프린팅 건축이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런 건축자재를 덜 쓴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친환경 건축 대안이 목조건물이다. 목재를 버리거나 태우지 않고 건물자재로 쓰면 온실가스인 탄소를 오랜 기간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목조 건물의 연면적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콘크리트 건물의 절반이다. 고층 건물 자재로 쓰기엔 연약하고 화재 위험도 크다는 이유로 철근과 콘크리트에 밀려났던 목재가 첨단 합성 기술의 힘으로 약점을 보완하자 목조건물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존 최고층 목조빌딩 85미터'
고층 목조건물은 2017년 캐나다 밴쿠버의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 높이 53미터의 지상 18층 목조 기숙사가 들어서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현재 최고층 목조 건축물은 2019년 완공된 노르웨이 오슬로 인근의 호텔과 아파트 복합건물 ‘미에스토르네’다. <△ 사진:>현존 최고층 목조빌딩인 노르웨이의 미에스트로네. 높이가 85미터다.

○··· 높이가 85.4m에 이르는 이 건물은 전체가 목재 구조로 이뤄진 건 아니다. 건축설계업체인 모엘벤에 따르면 건물 상층부 7개층은 목재 대신 콘크리트 슬라브를 사용했다. 바람에 의한 건물 흔들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초고층도시건축학회는 주기둥과 수평 보 등 구조물의 핵심 골격을 목재로 쓰면 나머지 부분은 다른 자재를 쓰더라도 목조빌딩으로 인정한다. 이런 건물을 하이브리드 목조건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2026, 완공 목표 취리히의 100미터 건물'
최근 건물 높이를 세자리수로 올려 새로운 초고층 목조건물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 2건의 건축 계획이 발표됐다.하나는 스위스 취리히 인근에 지어질 높이 100미터 주상복합 목조건물이다. <△ 사진:>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스위스 취리히의 높이 100미터 건물. SHL 제공

○··· 로켓앤타이거리(Rocket&Tigerli)라는 이름의 이 건축 프로젝트는 4개 동으로 구성되며 예정대로 2026년 완공될 경우 100미터 시대를 여는 최초의 목조건물이 된다.건축설계업체인 덴마크 에스에이치엘(SHL)은 “일조량을 극대화한 현대적 고급 주택을 지을 예정”이라며 “콘크리트 대신 나무를 사용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혁신적인 건축 시스템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2026년 완공이 목표다.

 

'우리가 몰랐던 목조건물의 장점'
또 하나의 건물은 오스트레일리아 사우스퍼스에 지어질 높이 183미터의 주거용 48층 복합건물 시식스(C6)다. 245가구의 아파트와 정원, 편의시설들로 이뤄질 이 건물은 그러나 순수 목조 건물은 아니고, 콘크리트 기둥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목조 건물이다. 580그루의 소나무에서 채취한 7400㎥의 목재를 자재로 쓸 것이라고 한다. 현재 당국에 건축 계획을 제출한 상태이며, 건축 시기는 알려지지 않았다. <△ 사진:>오스트레일리아에서 추진 중인 높이 183미터의 하이브리드 목조빌딩. C6 제공

○··· 이런 초고층 목조건물이 가능한 것은 목재를 가로세로로 엇갈리게 겹겹이 쌓은 뒤 압축한 ‘구조용 집성판’(CLT) 제조 기술 덕분이다. 미래의 콘크리트라고도 불리는 이 목재는 무게는 콘크리트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강도는 콘크리트만큼 세고 화재에도 강하다.나무를 여러 겹 붙여 두껍고 단단한데다 겉면은 내열 코팅해, 불이 나도 잘 번지지 않는다. 습도 조절에 콘크리트보다 유리하고 지진에도 강하다. 목재 접합부들이 지진에 의한 흔들림을 상쇄해준다.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규격에 맞게 가공한 목재를 가져와 곧바로 조립할 수 있어 건축 비용과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나무라는 자연의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 심리적 친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일본,가장 높은 목조건물 7층짜리‘다카소목공빌딩'
앞서 지난해 2월엔 독일 베를린에 높이 98미터, 스위스 로잔에 높이 85미터의 주거용 복합 하이브리드 목조건물 건축 계획이 공개됐다. 두 건물의 완공 목표 시기는 2026년이다.일본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은 지난해 4월 홋카이도 센다이에 들어선 7층짜리 ‘다카소목공빌딩’이다<△ 사진:>오스트레일리아에 지어질 높이 183미터 건물의 입구. C6 제공

○··· . 이 건물은 구조용 집성판을 사용하지 않고 KES공법이라는 금속 접합구 방식과 쿨우드라는 다발기둥 방식으로 강도와 내화성을 높여 주목받았다. 코트라 도쿄무역관에 따르면 건물을 지은 건축업체 셸터가 이 방식을 채택한 것은 일본산 목재를 건축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환경 파괴 없이 산림이 공급해줄 수 있는 목재 양에는 한계가 있다. 나무를 베어낸 곳에 다시 심은 나무가 탄소흡수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한다. 또 목재를 운반하는 운송업은 주요한 탄소 배출원이다.

 

'산림국가 한국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2010년대 이후 목조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탄소 중립 정책 추진과 국산 목재 활용이라는 경제적 동기가 어우러진 결과다.2016년엔 경기 수원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명자원연구동이 4층 건물로 지어졌고, 2018년엔 경북 영주 산림자원약용연구소에 5층짜리 한그린목조관이 들어섰다. <△ 사진:>현재 한국 최고층 목조건물인 경북 영주 산림자원약용연구소의 지상 5층 한그린목조관. 산림과학원 제공

○··· 2020년엔 18m로 묶여 있던 목조건물 높이 제한 규정도 폐지돼 고층건축도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대전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를 국내 최고층인 7층짜리 목조건축물로 짓기로 하고 3월 말 기공식을 가졌다. 2024년 완공이 목표다.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삼림면적 비율이 매우 높은 국가에 속한다. 삼림면적 비율이 65%로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4위다. 목조건물 시장을 창출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국산 목재로는 주로 낙엽송을 쓴다. 국립산림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산림자원은 수원 연구동(4층) 규모의 건물을 기준으로 낙엽송을 쓸 경우 하루 2개동씩, 소나무를 쓸 경우 하루 8.4개동씩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전체적인 산림자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를 전제로 한다. 국립산림과학원 김세종 박사(목재공학)는 “우리나라의 경우 나무는 풍부하지만 임도(목재 운송도로)나 현지 목재 가공공장 등 기반시설이 취약한 것이 목조건축물을 활성화하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목조 고층건축은 기술적 문제보다는 재료 수급이나 가격 등의 시장 상황이 제약 요인”이라고 덧붙였다.탄소중립 정책과 친환경 붐을 타고 국내에서도 목조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의 산림조건에 적합한 목조건축물 시장 활성화에 대한 검토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곽노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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